책세상문고·우리시대-001 한국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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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나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변화할것인가? 등등에 대해서 많은 질문들을 가지게 되었다.
몇년전에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던중에 만났던 책인데, 반정도 읽고 못읽다가 요즘 날씨가 추워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읽었다. 뭐라고 할까.. 나 자신이 조금 업그레이드가 됬다고 할까..
한국의 정체성 제목부터 철학적이고, 내용은 더욱 더 철학적이다. 현재 TV를 말하다의 진행자이고, 철학을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인 탁석산씨의 초기 저서.
결론적으로 한국의 정체성은 있다. 없다. 라고 결론을 정확히 내리기보다는 한국의 정체성은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을 가지고 파악해야 된다는 의미로 글을 마쳤다.
위의 3가지의 기준을 가지고서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던 책.
재미있는 예도 많았고, 그 동안 내가 무심코 그렇지 않았을까하던 생각들이 산산히 부서지게 만들어 주었다.
이외에 분활의 오류, 합체의 오류 등등.. 살면서 유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도 잘 집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인것이 세계적인것이다."라는 한때의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였는지 알게되었고,
나도 인생을 살면서 뚜렸하고, 정화한 목표없이 성공하자!, 잘살자!, 행복하자! 등이 얼마나 무의미한것인지 다시 한번 곰곰하게 생각해게 해주었던 책이다.

책부피는 150쪽정도이지만 독서시간은 500쪽되는 책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쉽지는 않은 책이다.


<도서 정보>
제   목 : 책세상문고·우리시대-001 한국의 정체성
저   자 : 탁석산
출판사 : 책세상
출판일 : 2001년 12월
구매처 : ???
구매일 :
일   독 :
재   독 : 2005/2/1
정   리 :


<미디어 리뷰>



<정호의 정리>
이 이야기는 초강대국이 된 대한민국의 국민 만득이가 아직 개발도상국인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경우를 상상한 것이다.

만득이가 아프리카의 한 소국을 방문한다고 가정하자(아프리카의 소국을 예로 들어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만득이는 자랑스러운 대한의 남아로서 세계 최강국인 조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한 소국에 도착하고 보니 공항의 건물이 모두 한옥 양식이다. 만득이는 약간 의아스럽다. 이 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이라는데, 왜 자신들의 고유한 건축 양식을 포기했을까? 그는 의구심을 가진 채 호텔로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는 한국어를 구사하려 애쓴다. 만득이는 한편으로는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이므로 기사가 한국어를 하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사가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에 다시금 의구심이 생긴다. 여기는 기사의 나라가 아닌가?
기사는 어색함을 덜기 위해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가 신나게 흘러나온다. 기사는 짧은 한국어로 설운도가 이 나라에서 최고의 인기 가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이 나라를 방문하여 유력한 후보를 만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만득이는 차창 밖으로 돌리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다. 디자인도 한국의 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한 거리 곳곳에는 간판을 단 고급 식당이 눈에 띈다. 만득이는 여기가 과연 아프리카의 한 구석인가 하고 의아해한다.
택시가 모퉁이를 돌자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한국 놈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휩쓸 태세이다. 그들은 주체적 국가와 주권 사수를 맹렬히 외친다. 하지만 그들 역시 대부분 한복을 입고 있다. 택시 기사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막걸리와 한국산 소주를 가장 좋아하며, 한국 가수인 조용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 사람이라면 단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나라에서 취직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만득이가 보기에 이 나라는 의식주 모두가 거의 한국화 되었고, 음악․미술․영화 등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만득이는 과연 이 나라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의심을 갖는다.


현재성과 대중성 외에 고유성과 창의성 판단의 기준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주체성이다. 그럼 주체성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표면적 현상이 아닌 현상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똑같이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가곡을 전공한 두 사람이 있다. 귀국하여 무대를 가졌는데 레퍼토리가 똑같고 창법도 같다. 그럼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가? 표면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식이나 태도는 다를 수 있다.--- p.111


한국적인 것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이 책이 '한국적인 것은 이것이다'라고 손에 쥐어줄 수는 없다. 그런 것을 발견하려면 한국의 각 분야의 공통된 속성을 조사하여, 과연 공통 속성이 있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많은 시일을 요하기도 하겠지만 각 분야에서 공통 속성을 찾으려면 무억을 한국적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한국적인 것의 내용 탐구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p.83


정체성은 개성이며 개성은 고유성과 창의성의 합이라고 본다면, 고유성과 창의성의 판단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곧 정체성 판단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의 정체성 탐구를 위해서 우선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에서 출발하고 현재의 현상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정체성 판단의 기준의 하나는 현재성이다.--- p. 103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는 항상 특수성과 보편성의 긴장 해소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말해서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 간의 조화를 이룰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 주문은 이제 한국적이면서 미국적인 것을 찾으라는 주문으로 재해석 되어야 한다. 다시말해서,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어 미국적인 것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미국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을 통해 표현하든지 해야 한다.--- p.75


이 책이 한국의 각 분야가 지니는 한국적인 특성을 밝히고 그 특성들 중에서 공통적인 어떤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할 수는 없다.이 책은 그런 작업의 토대와 근거,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 장에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성격을 규명했다. 이 문제는 형이상학의 전통적인 문제인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계속하는데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한국의 정체성은 개인으로서의 한국인의 정체성과는 구별된다.--- pp.47-48


요즈은 우리 문화정책의 기본 전략이 되다시피 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를 분석해보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란 구호는 두가지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적인 것이라면 세계적이다'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중략)...둘째, 논리적으로 느슨한 이 구호는 논리적 관계가 아닌 우리의 염월을 표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p.68


어렸을 때 나는 언제나 바다를 파란색으로 칠했다. 왜냐하면 기억 속의 바다는 파란색이었고, 또 바다는 파랗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동해 낙산사에서 바다를 볼 때 마다 나는 바다가 여러 가지 색을 띤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이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일 때의 바다는 푸른빛이었다. 바다는 시시각각 하늘의 색에 따라 변했다. 나는 더 이상 바다 색이 파랗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바다의 색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이 시각 이 바다의 색이 무엇이냐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이 색 혹은 바로 이 바다 색이 될 것이다.

나는 세계가 개별자의 집합일 뿐 보편자의 예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의 근본적 존재자는 개별자이다. 존재자의 기본 단위는 개별자이다. 개별자들의 세계를 임의로 혹은 편의에 따라 분류하기 위해서 우리는 추상 개념을 도입한다. 즉 추상 개념을 사용해 세계를 분류, 정리한다. 정리된 세계는 우리에게 질서감과 동시에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선물을 주는 추상 개념에 개별자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보편 개념은 추상 개념으로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바다의 색은 시시각각 변하며 어떠 특정한 색을 갖지 않는다. 우리는 편의상 바다는 대체로 파란색이라고 말할 뿐이다. 사실은 이 바다와 저 바다의 색이 다르며, 이 시각 저 시각 또한 다르다. 우리는 단지 편의상 추상 개념을 사용한다.--- p.57


세계적이라고 생각되는 속성을 우리의 것에서 찾아내어 특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보편성을 알아내어 역으로 그것을 한국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다. … (중략)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에 숨어있는 세계적인 것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방안일 것이다.--- p. 70


만약 일본과 미국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이 한국을 식민 지배하고 그후 일본이 점령군으로 입성했다면 우리는 미국을 증오하고 일본에 감사했을까? 나는 미국과 일본을 그 순서에 관계없이 한국에 대해 동일한 정책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동일한 태도를 보여야한다. 즉 동일한 잣대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중잣대를 갖고있다.--- p.89


나는 한국철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의미에서가 아닌, 또한 한국에서의 철학이란 의미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특수성을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드러내는 철학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이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철학이 있다면, 시원에 관계없이 한국철학이다.--- p.120 <맺는말> 중에서


나는 한국 철학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의미에서가 아닌, 또한 한국에서의 철학이란 의미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특수성을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드러내는 철학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이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철학이 있다면, 시원에 관계 없이 한국철학이다.--- p.맺는말 중에서


2차 대전이란 용어는 물론 제 2차 세계대전을 뜻한다. 하지만 왜 이것을 '세계' 대전으로 불러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이 전쟁은 전세계에 걸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아프리타 일부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뿐이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다. 그런데도 이를 '세계' 전쟁이라고 부르는것은 유럽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다.--- p.125


~ 나는 세계가 개별자의 집합일 뿐 보편자의 예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의 근본적 존재자는 개별자이다. 존재자의 기본단위는 개별자이다.

~ 표절과 베끼기는 그 자체로 범죄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고찰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이다. 이 세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철학이 있다면, 시원에 관계없이 한국철학이다.--- p.57, 94, 120


~ 나는 세계가 개별자의 집합일 뿐 보편자의 예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의 근본적 존재자는 개별자이다. 존재자의 기본단위는 개별자이다.

~ 표절과 베끼기는 그 자체로 범죄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고찰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이다. 이 세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철학이 있다면, 시원에 관계없이 한국철학이다.--- p.57, 94, 120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 경제의 논리, 자본의 논리

우리는 세계화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김영삼 정부가 만들어낸 표어 “SEGYEHWA"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그 의미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거나 세계가 분리된 구역들이 아닌,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무한 경쟁 시대가 도달했다는 기본적인 인식은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세계적인 수준이 되자’는 유치한 표어 정도의 이해에 머물지 않기 위해, 우리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세계화의 논리를 거론한 뒤, 그것이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것이다.
경제적인 차원에서 세계화란 우선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전 세계적 확산’을 의미한다. 경제 질서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인 자본은 국경―관세 차별 및 기타 제도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을 넘어 자유롭게 넘나들기를 원한다. 전 세계적인 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정착을 통해 전 세계가 말 그대로 하나의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에 들어와서 이러한 ‘세계화’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정도의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놀랄 만큼 발달된 전자 통신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실제의 돈이 거래될 필요 없이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신호만을 주고받으면서 실제로 몇 조 달러에 해당하는 자본이 몇 초안에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 경제의 몰락과 복지국가의 퇴보이다. 서유럽에서 복지 사회 국가 모델을 선호하던 많은 나라들이 1970년대 이후 계속적인 성장률 하락과 경제 침체에 시달리자, 자유 경쟁의 시장 원리에 보다 충실한 미국적 자유주의 경제 모델이 더욱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가 단위의 경제 보호 정책을 철폐하고 보다 더 시장 원리에 충실한 신자유주의의 기치가 높이 솟구쳤으며, (모든 세계에서 받아들여져야 할)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배후에는 물론 경제 선진국의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경제는 국가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 경제의 논리 하에 무역을 개방하고 국내 시장을 재편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기업들은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합병과 인수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기반을 갖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후진국의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IMF나 WTO는 각 국민국가에게 자유주의적 경제 개편의 압력을 넣는 대표적인 국제기구이다.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 아래서 구조조정을 권고(?)받았던 것처럼, 고립되지 않기 위해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에 편입해야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경쟁에 뛰어들고 국내 시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 구조조정 자체의 부작용과 함께 그 결과로 진행되는 노동 시장의 유연화 정책―실질적으로 임금 수준을 낮춤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려는 기업의 논리―과 국내 시장의 잠식으로 인한 산업의 침체로 말미암아 국민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고 더욱 선진국 경제에 종속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해외 단기 금융―핫머니라고 불리는―이 한꺼번에 빠져나감으로써 호황 중에 갑자기 불황을 맞았던 말레이시아 경제가 단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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