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슬라이더를 던져야 할까? 직구를 던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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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에서 첫 게임에서는 콜드게임으로 패했지만, 어제 게임에서는 멋진 승부를 보여주었더군요.

근데 어제 뉴스를 보다 보니 일본의 한 감독이 이러한 발언을 한 뉴스가 소개가 되어있었습니다.

노무라 감독은 지난 일 한일전에서 한국 선발로 나와 1⅓이닝 동안 8실점한 후 마운드를 내려 온 김광현에 대해 " 슬라이더에 의지하는 자는 슬라이더에 운다 " 며 " 이것은 야구계에서는 당연한 말인데 " 라며 혹평했다.

김광현이 슬라이더를 계속 맞은 것에 대해 " 슬라이더를 볼배합의 중심으로 설정한 것은 잘못됐다 " 며 " 느리든 빠르든 볼배합의 중심에는 직구가 있어야 한다. 타자는 직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유인구가 되는 슬라이더에 손이 나가게 돼 있다 " 고 분석했다.

이런 독설은 곧 이런 볼 배합을 요구한 포수 박경완에게 옮겨갔다. 노무라 감독은 " 그렇게 타자가 한복판의 직구를 모르는 척 하고 슬라이더를 치려는 것이 분명한 데도 볼 배합을 바꾸지 않았다 " 며 박경완을 볼배합에 비난을 가한 뒤 " 한국 야구는 그런 것이 늦다. 내가 배터리 코치로 갈까 " 라며 힐난했다.

뭐 제가 야구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실전에서는 많이 다르겠지만,

예전에 읽었던 게임이론에 관련된 책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떠올라 찾아서 내용을 옮겨봅니다.


오른손잡이는 왼주먹을 날려라!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은 상대가 이미 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다소 불리한 전략을 택해서 허를 찔러야 한다. 마치 오른손 잡이가 왼주먹을 더 많이 뻗듯이 말이다.

 

김광현 선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이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개의 구질이라고 가정 아래,

  1. 김광현 선수의 슬라이더가 뛰어나서 슬라이더를 예상하고 있더라도 80%의 확률로 안타가 나온다
  2. 김광현 선수의 직구를 예상 했을 때 직구가 들어오면 100% 안타를 만들 수 있다.
  3. 타자가 직구를 예상했는데,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절대로 안타를 칠 수 없다.
  4. 타자가 슬라이더를 예상했는데, 직구가 들어오면 30%의 확률로 안타를 칠 수 있다.

라는 가정을 세웠을 경우, 아래와 같은 표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타자, 슬라이더노림

타자, 직구노림

투수, 슬라이더 던짐

80%

0%

투수, 직구 던짐

30%

100%

 

이 경우 김광현 선수는 슬라이더와 직구를 어떤 비율로 섞어 던지야 할까요?

이런 경우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김광현 선수는 슬라이더와 직구를 각각 7:8의 비율로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답니다.

즉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보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직구를 많이 던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가위바위보게임에서 가위로 이기면 1점을, 바위로 이기면 2점을 보자기로 이기면 3점을 얻는 경우

물론 잃는 점수도 마찬가지로 가위로 지면 1점을, 바위로 지면 2점을, 보자기로 지면 3점을 잃는 게임을 할경우에…

 

가위

바위

가위

0,0

-2,2

1,-1

바위

2,-2

0,0

-3,3

-1,1

3,-3

0,0

 

이러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비율로 가위바위보를 내시겠습니까?

실제로 조금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 경우 대부분 결코 보자기를 많이 내지 않게 됩니다.

놀랍게도 대부분 50% 확률로 가위를 내게 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보자기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수록 여러분의 상대는 보자기에 대비하여 바위를 많이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러분의 가위는 이기더라도 상대에게 큰 타격을 주기 못하므로,

상대는 대비를 소홀히 할 것이므로,

오히려 여러분에게는 크기는 작지만 비교적 높은 확률로 이익을 줄수 있는 전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오른손잡이 권투선수의 펀치입니다.

오른손잡이 권투선수는 분명히 왼손보다는 오른손의 파괴력이 강할 것 임에도

항상 시합에서는 왼손을 몇 배가 자주 내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 역시 상대 선수가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는 오른손을 쓰는 것보다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상대의 방비가 허술한 왼손을 쓰는 것이 더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왼손을 많이 쓰면, 상대가 왼손의 방어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이는 상대의 오른손 방어에 허점이 생긴다는 의미이므로

기습적으로 오른손 주먹을 날릴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신의 주특기를 사용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위력이 다소 떨어지는 다른 무기를 자주 쓰고 개발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김광현 선수가 자신의 슬라이더를 더욱 위력적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슬라이더의 각도를 더욱 예리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다소 부족한 자신의 직구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김광현 선수의 직구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슬라이더가 직구보다 뛰어나다는 가정아래입니다.)

 

게임을 할 때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장기판 저편에 있는 살아있는 적수를 생각해야 될것입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무기는 이미 상대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강력하지만 이미 상대가 대비하고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상대의 대비가 허술한 무기를 사용할 지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내 슬라이더가 너무 강하니 적이 방비를 하든 말든,

내가 슬라이더를 던지면 쓰러지게 되어 있어 라고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적을 얕잡아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적의 방비를 분석하여 전략을 수립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할것입니다.

 

백전백승이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아무리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라도 홈런을 맞을 수 있으며,

아무리 홈런 타자라도 삼진 아웃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게임이나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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