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4321 - 일제고사와 2008년 열쇳말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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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말이 많던 일제고사에 대한 내용은 물론 일장일단이 있는데, 너무나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까라면 까라라는 식이여서 더욱더 문제가 커진듯한데, 학부모, 정부, 선생님들보다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닌지...

그리고 2008년의 열쇳말은 촛불을 비롯해서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는데, 올림픽과 원더걸스 빼고는 죄다 인상이 찌그러진다... 암튼 정말 답답한 한해였는데, 2009년에는 좋은 소식들이 많이많이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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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은 2008년 올 한해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으십니까? 올 한해도 역시 가슴 아프고 좋지 않은 뉴스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취재파일4321에서는 키워드의 순우리말인 열쇳말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되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들의 연말 송년회, 올 한해 기억에 가장 남는 열쇳말, 키워드를 물었습니다.

<녹취>김기연: "저는 반쪽짜리 펀드라고 생각하는데..."

<녹취>이효섭: "박태환·김연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녹취>정은영: "최진실 씨의 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녹취>박정은: "올해 키워드는 촛불집회죠."

올해 상반기는 촛불 정국이 뒤덮었습니다.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시작된 촛불 집회는 경찰 집계 98만여 명이 참여했고 106일동안 계속됐습니다.

광우병 등 국민건강을 우려하며 비폭력 시위,축제형 집회로 시작됐지만 점차 정부의 소통 부재를 탓하며 반 정부 반 이명박 시위로 성격이 바뀝니다.

보수 대 진보 등 이념 논쟁에 휩싸이는가 하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촛불 집회 이후 지금도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 시내 인도를 걷는 이른바 '촛불 산책'을 벌이고 있습니다.

촛불 정국이 지난간 뒤 올림픽이 국민을 열광시킵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별은 아시아 수영사를 새로 쓴 박태환 선수입니다. 국민 남동생 박태환 신드롬은 이른바 축구장 개조 유머를 낳았습니다.

<녹취> 박태환: "내년에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지난 여름이 박태환 선수로 행복했다면 이번 겨울은 국민 여동생인 김연아 선수로 즐겁습니다. 김연아는 100년 넘게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한국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녹취> 김연아: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내후년이 올림픽의 해인만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연아 열풍은 문화 아이콘으로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경기 때마다 화제가 됐던 김연아식 눈 화장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입니다.

<녹취> 조채영(회사원): "김연아 선수가 어려 보이는데 스모키 화장을 하면 매력적이고 성숙하게 보여서 유행이 된 것 같아 저도 시도해 보려고요."

김연아 선수가 착용했던 귀고리는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무렵, 낙관적인 내용을 담으며 상반기에 유행했던 이른바 '되고 song'이 절정을 맞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펀드 등이 두 동강이 나며 2008년 대한민국은 반토막 시대라는 우울한 자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녹취>이이슬: "펀드가 한창일 때 들었는데 어느새 반토막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원·달러 환율은 천500원대까지 급등했고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며 실물 경제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근로자들은 실업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녹취>윤별수(직장인): "아무래도 술자리 얘기에 들어가면 감원에 대한 얘기가 항상 나오고 있죠 35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명퇴 신청도 받고 그러는 거 보면..."

정 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위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어떤 곤경에 처하더라도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되고 송 유행과 달리 미국발 금융위기가 강타하자 뜻하지 않게 위기에 놓인 처지를 한탄하는 '뿐이고'가 유행했습니다.

<녹취>안상태(개그맨): "안상태 기자입니다. 난~은행에 줄서 있는데 강도가 들어왔을 뿐이고. 손들고 있길래 007빵 놀이인줄 알았을 뿐이고..."

국민배우 최진실 씨의 자살은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립니다. 경제 불황에서 터져 나온 뜻밖의 소식이었기에 상실감은 더 컸습니다.

<녹취>이원형: "굉장히 충격을 받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원인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거 액의 빚에 몰린 탤런트 안재환 씨가 자살한 뒤 안 씨가 빌려 쓴 사채에 연루됐다는 악성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뒤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 악플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악플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놓고 정치권에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故 최진실 씨의 두 자녀에 대한 친권 논쟁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고 결국 조성민 씨는 친권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녹취>조성민(故 최진실 씨 전 남편): "아이들에 대한 모든 권리를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정옥숙 씨에게 이양하는 절차를 밟겠습니다."

故 최진실 씨 묘역에는 지금까지 2만여 명이 찾아오는 등 여전히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명으로 구성된 이 소녀들의 노래와 춤이 올 한해 대한민국을 사로잡았습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 녹취>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2008년에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고 새로운 창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그 가운데 하나가 원더걸스의 노바디라고 볼수 있습니다. 기존의 복고풍과 새로운 감수성을 결합해서 대중문화의 하나의 블루오션으 열었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V춤, 화살춤 등이 오락 프로그램과 UCC를 통해 패러디되면서 노바디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도 노바디 춤에 푹 빠졌습니다. 의상부터 남다른 노바디 인기 동영상의 주인공들. 직장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노바디 춤을 완벽하게 추기 위해 퇴근 뒤 함께 모여 짬짬이 춤 연습을 했습니다. 댄스 교실에서도 노바디는 단연 인기입니다.

<녹취>구진희(서울시 삼성동): "학원에 와서 배우니까 리듬도 워낙 따라하기 쉽고 다 아는 노래니까 재밌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 명박 정부는 공식 출범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이른바 강부자.고소영 내각 인사 파동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소개했지만 장관 후보자 3명은 결국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해야 했습니다. 특히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 것일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아 문제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녹취>김형준(명지대 교수): "대통령의 권위기 초기부터 무너졌다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죠.이것이 쇠고기 파동,금융 위기가 나오면서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시키는데 있어서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이 됐고..."

잊지 못할 추억, 잊고 싶은 기억들을 남긴 채 2008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10여년만에 부활한 전국단위의 학력평가시험 이른바 일제고사를 둘러싸고 교육현장에서 큰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일제고사가 필요하다’‘아니다 필요없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학교현장에선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일제고사 논란을 통해 우리 공교육의 현 주소와 교육 주체들 간의 불신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연합 학력평가가 실시됐습니다.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해 국영수와 과학, 그리고 사회까지 모두 5과목에 대해 전국의 모든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이 같은 시험문제를 푼 겁니다. 성적에는 들어가지 않는다지만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마음은 편할 리 없습니다.

<녹취>중1학생: “기말고사 중간고사 보면 등수 안 보여주는데 일제고사는 그런 거 보여주잖아요. 그게 좀...”

<녹취>중2학생: “중간고사랑 기말고사가 시험 성적표에 들어가는데 시험 성적표에 들어가지 않는 일제고사를 뭣하러 보나 하는 생각 들고요.”

같은 시각 서울 덕수궁에서는 체험학습이 실시됐습니다 고궁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대한 설명이 한창입니다.

<녹취>“한 때 여기에서 수영도 하고 놀았답니다. 그런데 일본 애들이 이걸 축소했고 여기 물개가 있죠 궁궐에 물개를 가져다 놓고...”

그런데 열심히 설명을 듣는 학생들 가운데 중학생들의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띕니다. 부모의 동의를 받고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입니다.

<인터뷰>박예지(중학교1학년): “성적순대로 줄 세우는 것도 애들 열등감만 키워줄 뿐이고 그거 얼마든지 다른 통계 자료로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시험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인터뷰>박창완(학부모): “학교와 아이의 권력관계가 워낙 수직적이잖아요. 그러니까 걱정은 되지만 본인 스스로 결심을 했고 저 또한 아버지로서 그런 부분 내가 막아야 될 것은 막아야 되는 거고...”

이 번에 실시된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학교 차원에서 아예 시험을 안 본 전북 장수중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190여 명에 이릅니다. 전국단위의 학업성취도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험 이후에도 교육당국을 비난하며 곳곳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현장의 갈등과 혼란은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10년차인 김윤주씨. 올해 초부터 6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김씨는 졸업식을 얼마 안 남기고 집회현장을 전전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김윤주(해임교사): “저는 이번 징계가 조만간 여러분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중순에 치러진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직전 학부모들에게 시험을 안 볼 권리가 있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윤주(해임교사): “추가 배정해 줘야 되는 아이도 있고 제가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많은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돼서 참 어쨌든 잘 됐으면 좋겠어요.”

김 씨처럼 시험거부를 유도했다며 교육 당국에 의해 해임이나 파면처분을 받은 전교조 소속 교사는 모두 7명.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징계가 부당하다는 집회가 끊이질 않고 있고 징계교사들의 출근투쟁을 막기위해 학교에 경찰력까지 동원되는 볼썽사나운 상황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취>“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하고 함께 수업할 수 있는 거밖에 저한테 없지 않습니까” “어떤 법을 어겨서 거기에 대해서 처벌 받았으면...” “교장 선생님 정말 제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시나요?”

일 제고사의 정식명칭은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중학교 1, 2학년이 대상인 전국연합 학력평가 등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5가지 시험입니다. 일제고사는 90년대 후반 아이들을 성적에 따라 획일적으로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면서 일정비율의 학생들만 치르는 표본시험으로 변형됐다가 올해 다시 부활된 겁니다. 그렇다면 학교와 학생간의 서열화가 다시 시작되는 걸까? 교육당국과 전교조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름니다.

<인터뷰>이상덕(서울시교 육청 중등교육정책과장):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자체계획에 따라 문제지와 답안지를 인쇄해서 평가하고 통지표 양식은 각 시도 교육청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만들어서 사용하게 되는거죠.학교성적에도 반영되지도 않고 그리고 시도간 학력을 비교하거나 전국학생을 한줄로 서열화하지도 않아요.”

<인터뷰>이영주(전교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서울전체 등수가 나왔지 학교 등수가 안 나왔고 학교의 서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 초등학생도 할 만큼의 산수 실력이면 그 학교의 등수와 그 반 아이 또는 아이개인 등수가 이미 나오거든요.”

일제고사를 통해 학업성취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입장과 서열화에 따른 사교육 조장이 우려된다는 전교조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좀 더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일제고사 논란엔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교육 주체들 간의 책임 공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장 모 군은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수학 과외를 받으러 갑니다. 괴외가 끝나도 학교숙제며 예습복습이며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인 탓에 친구들하고 노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장군은 이번 겨울방학 때 영어 과외를 더 받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입니다.

<녹취>장모군(중학교 1학년): “그런데 다니지 않으면 애들하고 성적차이가 너무 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돼요. 성적표 받으면 거의 다른 애들 다니는 애들 안 다니는 애들 구분이 확 가요.”

장군의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녹취>“학원 다니는 애들이 많아? 안 다니는 애들이 몇 명이니 니네 반에?”

<녹취>“한 명이나 두 명 빼고 다 다녀...”

<녹취>“그래?”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이 부실한 공교육과 아이들 성적에 너무 무관심한 선생님들 때문이란 생각에 울화가 치밀곤 한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최정희(장군 어머니): “이 애가 상위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그런 결과물을 가지고 왔을때 그 좌절감 내지는 제 친구중에는 우울증에 빠져서 왜 학교에서 이렇게 좀 미리미리 아이들 성적에 관해서 얘기 좀 해주고 선생님이 전화해서 많이 떨어진다고 하면 이런 부분을 체크 해 주시면 어떻겠냐고 해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큰 욕심인가 과연...”

부실한 공교육 때문에 사교육에 메달릴 수밖에 없다는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 학생들. 그 원인을 놓고 교육당국과 교원단체는 서로의 탓만 하기 일쑤였는데 이번 일제고사 논란도 따지고 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 인터뷰>이상덕(서울시 교육청 중등교육 정책과장): “그 동안 중학교 과정에서는 학력신장을 위한 평가와 그 결과 활용이 미흡하단 지적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어요. 이런 요구에 따라서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는 학년 초에는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학년 말에는 중학교 1,2학년 학력평가를 실시하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이영주(전교 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저희는 진단평가가 없어도 이미 우리 반에서 어떤 아이에게 지원이 필요한지 알고 있거든요. 저희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돼요.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주면 좋겠는가 교사에게 묻고 실질적으로 학교에게 그런 지원 체계를 주기만 하면 그게 교육부의 역할이거든요.”

학부모들도 처한 위치에 따라 일제고사에 대한 입장이 천차만별입니다.

< 인터뷰>최미숙(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신뢰가 안 되니까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사교육 시장은 돈만 되면 하거든 그런데 선생님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주시지도 않고 그리고 학교에 상담하면 학원에 가라고 하고...”

<인터뷰>손환웅(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초중등에서 학습이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처럼 되어 버렸거든요 이게 일제고사를 보면 전국적으로 똑같은 문제 가지고 같은 날 보기 때문에 그야말로 서열화되고 학생들고 그렇고 학부모들도 그렇고 거기에 메달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동안 교육당국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서로에게 쌓아온 불신의 벽이 일제고사와 교사 무더기 징계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겁니다. 정작 혼란에 빠진 건 시험을 보는 당사자인 학생들입니다.

<녹취>중학생: “우리 학생들이 기계도 아니고 맨날 공부만 하고 막 찌들어서 살 순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것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녹취>중학생: “그냥 뭐 저희 수준을 알기 위해서 꼭은 아니지만 봐야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문제가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괜찮았다고 생각...”

따라서 무분별한 책임공방과 대립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이것이 얼마나 믿을만하냐 그리고 얼마나 타당하냐는 것을 놓고 교육학자들도 고민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제고사를 보더라도 시험문제가 얼마나 타당한 시험문제고 얼마나 믿을만한 시험문제냐 하는 것에 대해서 양쪽의 논의를 많이 심사숙고 하고 나서 그런 평가가 갖고 있는 한계점들을 감안하고 보강해 나가는 쪽으로...”

일 제고사가 정확한 학력정보를 파악하고 세부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지. 아니면 그저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기는 시험인지. 어른들의 날 선 공방은 갈수록 심해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과정에서 정작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성탄절인 지난 25일은 많은 직장인들에겐 월급을 받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한 달 일하고 받는 월급, 이 월급을 제때 받는냐, 못받느냐는 곧 근로자들에겐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임금이 제 때 나오지 않아 당장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도 직전의 영세업체는 물론 대기업 직원들마저 임금 체불 직격탄을 맞으면서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어 른 한 명이 생활하기도 버거워 보이는 월세 20만 원짜리 옥탑방. 용접공인 김만덕 씨는 최근 두 딸, 아내와 함께 전셋집을 줄여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데다 그나마 일을 해도 임금을 제대로 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김씨가 올해 임금 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한 업체만도 세 군데. 이제는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몰렸습니다.

< 인터뷰> 김만덕(용접 기술자): “작은 애다 보니까 우윳값, 큰 애는 학원비, 작은애는 유치원 다녀야 되고 이런 부분이 3개월 전부터 끊긴 상황이 됐고 가스비도 엊그제 가까스로 맞춰서 냈어요... 저는 괜찮은데 저희 가족하고 이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힘들어하는 모습 보려니까 남자가 또 방안에 계속 있는 것도 미안하고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괜히 우울하잖아요”

옥 탑방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김씨의 동료 박귀성 씨는 요즘 하루 5천 원짜리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 때 한우 40마리를 키웠던 그는 사업이 실패해 상경했지만, 첫 일터에서 임금을 못 받아 끼니를 거를 때도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딸린 식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박귀성(일용직 근로자): “서울이 그나마 시골보다는 경기가 좋다고 얘기 들어서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생활이 일도 많이 없고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나마도 다니던 일도 안 나가고 체납이 돼서 그것도 중단이 돼서 어렵고...”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지난 금요일, 김만덕 씨와 동료 9명이 피켓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추위를 막는 건 깔고 앉은 골판지 한 장이 전붑니다. 지난 10월부터 한 달 가까이 지하철 스크린 도어 작업을 해왔지만 임금이 여태 나오지 않자 이렇게 나선 겁니다. 업체로부터 지불각서도 받고 노동청에 신고도 해봤지만 석 달 째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녹취> 김만덕(용접 기술자): “저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까 그래도 언제까지 해결해주겠다 이야기 들으면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희망은 있지 않습니까. 그거 하나 보고 여기 나와 있는 겁니다.”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업체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안 좋다보니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공사 하청업체 관계자: “저희도 받을 게 많아요. 많은데 수금이 하나도 안돼요. 위에서 받지도 못하고 쪼여가지고 피가 말라요. 은행에서 어음 할인도 안되고 어음 받아봤자 쓰지도 못하는 거예요.”

건 설 현장에선 일자리를 찾기 힘든 건 물론 이제는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마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짐을 날라야 하는 덤프 트럭 운전자들에겐 식사 후 잠깐의 틈이 유일한 휴식시간입니다. 이곳에서도 체불된 노임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나옵니다.

<녹취>송영구: “내가 지금 체불된 게 5월달 부턴가? (9월달) 5월달 부터지 저번것도... 5월달 부턴데 지금 계속 밀리고 하다보니까 거짓말 아니라 쌀값도 없어가지고 우리 처갓집에 얘기해서 반찬거리 다 보내고 쌀도 지금 부쳐가지고... 좌우간 뭐 죽을지경입니다. ”

<녹취>이강중: “돈이 안 나오니까 형네 가서 2천만 원 가져와서 카드를 막은 거예요. 그런데도 연체가 한 달 정도 되니까 신용이 떨어졌어 뚝. 그걸 쓰지를 못해 아예...”

하루에 13만 원 가량다는 기름값은 이미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석 달 치 일한 임금 5백만 원을 못 받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된 이강중 씨. 그에게 크리스마스 연휴를 누리는 건 꿈같은 얘기입니다.

< 녹취>이강중: “지금 우리집에 보험 들어가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소멸됐어요. 지금 그걸 내지를 못해갖고... 다 큰 애들은 상관없는데 꼬마가 있으니까.. 내가 같이 오늘 정도 놀아줘야 되는데 그런 생각도 했지만 뭐 또 일단 일이 계속 있는 게 아니니까 있을 때 해야겠다 싶어서 나온 거예요.”

경기침체의 한파가 이제는 근로자들의 월급봉투에까지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지 난 달 말까지 신고된 임금체불 근로자는 22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습니다. 기업들의 도산과 폐업이 늘면서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정부가 대신 처리해주는 체당금 지급 건수도 늘었습니다. 이렇다보니 노동부 산하 각 지역 노동지청엔 체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인들이 넘쳐납니다.

<녹취>상담직원: “그러면 8월부터 11월까지 백만 원 밖에 못 받았다고요? (네)”

<녹취>상담직원: “지금 7월부터 12월까지 일하셨는데 백만 원 밖에 못 받아서 나오신 거 같은데 요새 사업주도 어렵지만 근로자들 일해서 임금 갖고 먹고 사셔야 하잖아요.”

<녹취>상담직원: “사장님이 수금이 안돼서 하니까 이달 말까지 주신다고 했다면서요? (근데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 이달 말까지 주신다고 했다면서요 다는 못 주신대...”

정부는 체불 신고를 접수해 시정 조치와 사법처리까지 도맡아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로 폐업, 도산한 기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임금 체불 문제를 제때 해결하기엔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정경섭(경인노동지방청 근로감독과장): “작년에는 근로감독관 1인당 약 60, 70건 처리했는데 금년에 10%가 늘어서 80건 내지 90건 처리하고 있습니다. 휴폐업 사업장이 증가함에 따라 즉시 권리 구제가 되는 경우가 드물고, 권리 구제를 하는데 시간이 예년보다 늘어서 처리기간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체불이 확인돼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다해도 벌금만 물게 될 뿐 실제로 임금을 돌려받기까지 근로자들은 민사 소송 등 길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 인터뷰>서종식(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한 가정의 생계가 달려 있는 생존권이 달려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일반적인 채권채무관게로 바라봐서 처벌 수위가 낮은 게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체불임금이 확정되더라도 사업주가 벌금만 납부하고 이것에 대해 지급을 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 재판 통해서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데 이걸 하기에는 재판문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

임금 체불은 이제 대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화요일, 쌍용차 직원 5백여 명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구조조정 위기와 복지금 중단 조치에 이어 회사가 12월 급여 지급이 힘들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오자, 이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연 것입니다.

<인터뷰>한상균(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다달이 월급을 받아야 되고 복지도 우리는 급여거든요. 복지라고 해서 우리 노동자들이 따로 챙기는 게 아니라 분배된 급여 임금이거든요.야간 근로자의 간식까지도 이렇게 갈취, 중단하겠다 하는 건 치졸한 사용자 입장들이 아닌가...”

직 원들의 생활고는 당장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쌍용차 생산직 직원인 남상수 씨는 요즘 다른 직원들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방학을 맞은 두 딸과 놀아주거나 집안일을 도우면서 보냅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그의 작업복은 벌써 일주일 째 옷걸이에만 걸려 있습니다. 한 달 백50만 원쯤 되는 급여는 이번 달엔 나오지 않았습니다.

<녹취>남상수: “오늘 월급 나오는 날인데 회사에서 돈이 안나와서 어떡하냐...”

<녹취>박미희: “정말 안 나올줄은 몰랐는데 자기가 맨날 괜찮다 괜찮다 하니까 괜찮은 줄만 알았지...”

<녹취>남상수: “애들 보험도 들어둬야 되는데 어제도 다인이 아파가지고 병원 갔는데 병원비 많이 나와가지고...”

<녹취>박미희: “지금 들긴 힘들고,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 아픈 거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즐 거워야 할 성탄절 전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족들과의 단란한 시간은 뒤로 하고 아빠는 집을 나섭니다. 연월차, 학자금 등 복지 혜택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한 달 전부터는 아예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대리 부르셨죠”

<녹취>“00까지 얼마죠..”

<녹취>“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오늘도 일하시네요, 손님이 좀 많은가요?”

<녹취>“초저녁이라 별로 없는데 11시 넘어서야 많거든요. 가족들과 같이 보내야 되는데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손님들 많이 태워보면 많이 힘들어들 하시더라고요.“

일을 마치고 나면 새벽 세시. 그래봤자 손에 쥐는 건 3~4만 원입니다.

<인터뷰> 남상수(쌍용차 직원): “우린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월급이 생명과 같은 건데 체불된다는 건 굉장히 힘든 거거든요.”

올 들어 발생한 전체 체불 임금 규모는 모두 8천4백85억 원. 영세제조업체와 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기업들까지 경영난을 겪으면서 임금 체불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상황이 별로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같이 고통을 참아보자고 하기엔 당장의 생활고가 너무 힘겨워 보입니다. 하루 또는 한 달 생활비가 위태로운 이들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춥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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