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원제 不狂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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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책이다. 우리의 조상중에서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들여주는데.. 크게 벼슬을 하거나 성공한 분들이 아니라.. 서얼이거나 유배를 가셨지만.. 나름대로 인생을 열심히 사셨던 분들에 대한 소개이다...
하지만 책의 제목때문에 이 책을 보게된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분통이 터질수 밖에 없는 일이다...-_-;;
그냥 부제처럼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라고 하면 좋았을것을.. 광고, 홍보는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이라고 해놓았으니 답답하고 짜증이 날뿐이다. 요즘 세태에 비유를 하자면 저자나 출판사에 낚였다고 해야 할듯하다...
그래도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조용할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면 좋을듯한 책이고.. 각각의 인물별로 보고 배울점도 많다.
더군다나 나중에 꼭 봐야지했던 책만 읽는 바보의 이덕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지금 유일하게 생각나는 부분인

"문장은 다만 책 읽는 데 있지 않다.
독서는 단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천운물(山天雲物)과 조수초목(鳥獸草木)의 볼거리 및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모두 독서다."
정신 차리고 바라보면 천지만물 어느 것 하나 훌륭한 문장 아닌 것이 없고, 기막힌 책 아닌 것이 없다.
천지만물, 삼라만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텍스트다.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안목이 없어 그 멋진 책을 그냥 스쳐 지나고 있을 뿐이다.

라는 부분으로 이 책을 읽은 위안을 삼아본다.
세상을 살면서 꼭 앉아서 정좌하고 읽어야 독서가 아닐것이다. TV, 영화, 대화, 우리의 생활이 모두 독서이고 드라마이고 영화이고 삶이 아닐까 싶다.. 경우에 따라 급수가 다르겠지만.. 삶이란게 그렇게 어렵게 보고 고지식하게 생각할 문제도 아닌것이겠지...:)

<도서 정보>제   목 :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원제 不狂不及)
저   자 : 정민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일 : 2004년 4월
구매일 :
일   독 : 2006/3/30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미쳐야 미친다. 미치고 싶다면 우선 미친듯이 살아보자.. 그러면 미치게 될것이다.
나의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열심히, 미친듯이 살아보자... 꾸~


<미디어 리뷰>
저 : 정민
1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힘 있는 말씀으로 바뀌는 힘이 있다. 한시 미학을 쉽게 풀어 소개한 『한시미학산책』과 『청소년을 위한 정민 손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펴냈다. 이후 조선 후기 산문에 관심을 두어 박지원의 문장을 꼼꼼히 읽은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이덕무의 청언 소품을 감상한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등을 잇달아 간행했다.
최근에는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확장을 모색중이다. 새를 회화와 문학의 코드로 읽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2책) 외에 와당과 전각에 대한 해설서인 와당의 표정과 돌 위에 새긴 생각도 출간했다. 옛사람과의 만남 속에 떠오른 생각을 모아 책 읽는 소리를 펴냈다. 초월의 상상은 한시를 도교의 창을 통해 들여다본 작업이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 속에는 열정과 광기가 숨어 있다.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허균, 이덕무 등 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이들은 당대의 마이너였으나 그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열정과 광기로 말미암아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었다.

당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이러한 '마니아적 성향'은 시대적 추세였다. 이덕무는 책에 미쳤으며, 바다 생물에 미친 정약전은『현산어보』를 남겼다. 자신들이 세운 뜻을 위해, 송곳으로 귀를 찌른 이도 있었으며 심지어 굶어죽은 천재도 있었다. 이렇듯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했던, 미치지 않고선 이룰 수 없었던 그들의 열정적 생애는 오늘날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또한 1부 벽(癖)에 들린 사람들외에 2부 맛난 만남, 3부 일상 속의 깨달음에서는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책속으로>
사람에겐 성품 있어
깨달으면 어둡지 않네.
깨닫지 못한 자는
물욕에 어두워
먼지 낀 거울과 같다.
먼지 털면 환해지듯
깨달으면 원만해져
크고 밝은 거울같다.
밖으론 맑고 밝음 보존하네.
맑음과 밝음은
공경과 정성이니
이 깨달음 신선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또한 성인도 아니어서
마음으로 건너편 마주함일세.

함부로 몸을 굴리고,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청춘을 탕진한다. 무엇이 좀 된다싶으면 너나없이 물밀 듯 우루루 몰려갔다가, 아닌 듯 싶으면 썰물 지듯 빠져나간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하고 칭찬만 원한다. 그 뜻은 물러터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킴은 확고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만 꿈꾼다. 여기에서 무슨 성취를 기약하겠는가?

옛 사람은 벗을 두고 '제이오(第二吾) 즉 제2의 나라고 했다. 내가 품은 생각을 그가 홀로 알고, 그의 깊은 고민을 내가 먼저 안다. 지기(知己)니 지음(知音)이니 하는 말은 차고 쓴 세상을 견뎌내는 동지애적 연민을 수반한다.

대저 사람은 스스로를 가벼이 여기는 데서 뜻이 꺾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느라
학업을 성취하지 못하며,마구잡이로 얻으려는 데서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공은 젊어서 노둔하다 하여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독서에 힘을 쏟았으니 그 뜻을 세운
자라 할 수 있다.한권의 책을 읽기를 억번 만번에 이르고도 그만두지 않았으니 마음을
지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을 포개고 쌓아 부족함을 안 뒤에 이를 얻었으니 이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 ! 어려서 깨달아 기억을 잘한 사람은 세상에 적지 않다.
날마다 천 마디 말을 외워 입만 열면 사람을 놀래키고.훌륭한 말을 민첩하게 쏟아내니.
재주가 몹시 아름답다 하겠다.하지만 스스로를 저버려 게으름을 부리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그만두어버리고 늙어서도 세상에 들림이 없으니.공과 견주어 본다면
어떠하겠는가?

나는 껍데기의 삶은 살지 않겠다.
뼈가 썩은 뒤에도 길이 남을 정신으로 살겠다.
세상 사람들아! 나는 나다.
그의 이름이 어떻고, 신분이 어떻고,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어떻고는 묻지를 말아라

후득이는 빗방울에 옷자락을적실 각오 없이는 세검정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정말 좋은 것은 싫은 일을 감내한 뒤라야 맛 볼 수 있다. 하지만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온 심화오처럼 우리네 하는 일은 언제나 한 발 늦는다. 나는 이 글을 읽다가 마른우레 쿵쿵대는 찜통더위 속에서 엉뚱하게 세검정으로 달려갈 생각을 하는 다산의 그 마음자리를 그리워 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그의 안목이 부럽다.
절정은 미리 알고 기다린 자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것이 절정인 줄 알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속인들은 언제나 버스가 다 지나간 다음에 난리를 치지만, 지혜로운 이는 천기를 먼저 읽는다

대저 사람은 스스로를 가벼이 여기는 데서 뜻이 꺾이고,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느라 학업을 성취하지 못하며, 마구잡이로 얻으려는 데서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아아! 껍데기만 남기고 가버리는 것은 정신이다. 뼈가 썩어도 남는 것은 마음이다. 그 말의 뜻을 아는 자는 삶의 죽음, 알랑한 이름의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귀에 대고 하는 말은 듣지를 말고, 절대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며 할 얘기라면 하지를 말일이오. 남이알까 염려하면서 어찌 말을 하고 어찌 듣는단 말이오. 이미 말을 해놓고 다시금 경계한다면 이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인데, 사람을 의심하면서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소.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 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속에 나를 비춰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스산하기 짝이없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 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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