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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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태어나서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고 죽어 버리는 연어...
그 연어중에 은빛을 띄는 연어가 사랑, 인생의 의미등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다가 장렬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연어, 강, 아이, 돌 들과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하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인생의 정답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 인생의 정답이 있는지.. 인생의 의미가 있는지.. 그건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은빛연어처럼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것이 인생의 정답이고,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하는 희미하면서, 뭔가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도 연어에게서는 강물 냄새가 느껴진다...

<도서 정보>제   목 : 연어(어른을 위한 동화-02)
저   자 : 안도현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일 : 1996년 3월
구매처 : 불광문고에서 읽음
일   독 : 2006/3/16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은빛연어처럼..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피하지말고, 정면돌파로 멋지게 살자!

<미디어 리뷰>
저자 : 안도현
1961년 경북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1988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관계』『사진첩』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등이 있다.

시인 안도현의 섬세한 시적 감수성이 산문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품이다.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시인은 깊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 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의 <연어>는 숨지기 직전 산란과 수정을 마치는 연어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운명이 시적이고 따뜻한 문체 속에 감동적으로 녹아 있어 그윽한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책속으로>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꽃은 꽃대로 아름답고 별은 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이다. 등굽은 연어는 비틀어진 등으로 어떻게든 헤엄을 치려고 한다 그 고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 그 상처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 선생님은 모른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그가 짓밟히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야. 징검다리는 물의 흐름을 막지도 않으면서 의연하게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구나. 나는 저 징검다리에 비하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같은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야.

이유 없는 삶이 있을까요?"
"네 말대로 이유 없는 삶이란 없지.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구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 다는 뜻이지."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렇지."
"그러면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말고."

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우리를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잊어야만 훨씬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몰라. 그게 연어의 삶이거든."

눈맑은연어는 은빛연어가 그 동안 어느 먼 곳을 여행하다가 이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구름과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다가 이제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은빛연어야."
눈맑은연어가 은빛연어를 부른다.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응, 조금. 삶이란건-"
은빛연어가 대답을 하려 하는 순간, 드디어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뛰어오를 차례가 된다.
"힘 내!"
하고 눈맑은연어가 짧게 말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때문에 은빛연어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초록강을 타고 올라오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아직도 몸 속에는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그 에너지 중의 절반쯤을 이제 써야 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 보다도 꼬리지느러미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여야한다. 온몸으로 뛰어올라야 한다, 온몸으로.

그녀는 은빛연어의 귀에다 대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야."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을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르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의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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