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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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러단편들을 모아놓은 책... 마음에 드는것도, 마음에 안드는것도 있는데, 침묵이라는 편이 참 가슴에 와닿았고, 끝에 하루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글쓰기를 습관적으로 하루의 일과로 정해놓고, 새벽부터 정해진 양만큼 반드시 써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쓰기도 다른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부단히, 열심히, 꾸준히.. 그러다보면 하루키처럼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내지 않을까 싶다...


<도서 정보>제   목 : 렉싱턴의 유령(원제 : レキシントンの幽靈)
저   자 :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 문학사상사
출판일 : 2006년 1월
책정보 : 페이지 271 / 404g  ISBN-10 : 8970127356
구매처 : 오디오북(소리도서관)
구매일 :
일   독 : 2007/9/5
재   독 :
정   리 :

<이것만은 꼭>



<책 읽은 계기>



<미디어 리뷰>
하루키 원숙기에 쓰여진 단편문학의 정수, 『렉싱턴의 유령』 개정판.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토니 다키타니'를 비롯하여 다채롭고 환상적인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렉싱턴의 고저택에서 유령과 조우하게 된 어느 작가의 이야기 『렉싱턴의 유령』, 전업주부 앞에 뜬금없이 나타난 녹색 짐승의 비극적 사랑 고백『녹색의 짐승』, 학창 시절 급우들에게 따돌림 당한 남자가 전하는 무시무시한 독백 『침묵』, 얼음사나이와 결혼한 여자, 그 고독의 체험담 『얼음사나이』, 731벌의 옷만 남긴 채 죽은 부인의 자취를 찾는 남자 이야기 『토니 다키타니』등 독자를 신비의 세계로 안내하는 단편들이 실려 있으며, 하루키는 이 단편집에 대해 '독자적 풍경을 가진 작은 우주'라는 표현을 쓰며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저 :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일본 교토에서 출생했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하였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미국문학을 탐독게 되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분쟁을 체험한다. 1971년 학생의 신분으로 陽子와 결혼한다. 1974년 째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연다. 「미국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야구장에서 시원스럽게 날아가던 2루타 공의 행방을 지켜보던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던 하루키는 지금은 세계 10국에 그의 작품이 번역, 소개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장·단편 소설,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의 다양한 집필 활동을 쉼없이 이어가고 있다. 여느 인기작가들처럼 TV나 라디오 등의 매스컴에 등장하는 일도 없이 활자만을 통해 한결같이 그의 조용하고, 느슨함이 없는 작가 생활을 엮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영화화 되었다.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다.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한 하루키는,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된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일본에서 6백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빅 베스트 셀러로, 대학 분쟁에도 휩쓸리지 않고 면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섹스에도 능한 주인공 '나'와, 각각 다른 이미지의 세 여인 나오고, 미도리, 레이코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식이 잘 그려져 있다.

또한 1997년에는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취재한 특이한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대한 평론집이 일본에서만 수십권에 이르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단정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또한 하루키에 대한 평론에서 그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이른바 ‘하루키 칠드런Haruki Children’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등장, 하루키 리믹스 붐을 일으키고 있어 그의 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리믹스 소설이란,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혼합, 변형, 재창조한 소설을 일컫는다. 모토기 후미오의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REMIX』, 이누카이 교코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REMIX』 등이 있다.

하루키는 어렸을때부터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일본적인 것들이란 단지 등장하는 여러가지 일본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전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슬픈 외국어'에서 의미없는 하나의 언어에 의존하여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프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어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탁월한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언제나 작품의 끝에서 던져주는 여운들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구조는 더 없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다음 작품으로 안내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출판되었는데, 특히 미국과 유럽 쪽은 ‘하루키 전집’이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외의 작품집으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빵가게 재습격』『댄스 댄스 댄스』『태엽감는 새』『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도쿄기담집』등 다수의 장단편 소설과 에세이, 번역서를 출간했다.

독자적 풍경을 가진 작은 우주 같은 일곱 개의 이야기
하루키 원숙기에 쓰인 단편문학의 정수라 할 『렉싱턴의 유령』은 환상과 신비라는 파인더로 포착한 삶의 불가해성을 서로 다른 일곱 빛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조곤조곤 속삭인다. 특히 이 작품집은 5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쓰인 하루키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현시現視와 환시幻視라는 상반된 시각으로 교묘하게 배치했다. <녹색의 짐승>처럼 환상의 세계에나 있을 법한 꿈같은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가 하면 그 다음은 <침묵> 같은 살 떨릴 만큼 예리하고 사실적인 현실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져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그 속에서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불가사의하고, 때로는 두려운, 신비의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하루키는 자신의 ‘주된 싸움터’는 어디까지나 장편소설이며 단편소설은 그 장편을 쓰기 위한 ‘도움닫기’와 같은 심정으로 쓰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단편에 애정을 덜 쏟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편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영감이나 기발한 아이디어 등을 단편으로써 표출하고, 다음 장편의 거름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단편소설을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나 개작하고 심지어는 발표 후에도 더 짧게 혹은 길게 고쳐 쓰기도 하는 등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렉싱턴의 유령》도 그러한 점에서 예외가 아니며, 특히나 이 단편집에 대해 하루키는 “독자적 풍경을 가진 작은 우주”라는 표현을 쓰며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렉싱턴의 유령>(1996) 렉싱턴의 고저택에서 유령과 조우하게 된 어느 작가의 이야기.
<녹색의 짐승>(1991) 전업주부 앞에 뜬금없이 나타난 녹색 짐승의 비극적 사랑 고백.
<침묵>(1991) 학창 시절 급우들에게 따돌림 당한 남자가 전하는 무시무시한 독백.
<얼음사나이>(1991) 얼음사나이와 결혼한 여자, 그 고독의 체험담.
<토니 다키타니>(1991) 731벌의 옷만 남긴 채 죽은 부인의 자취를 찾는 남자 이야기.
<일곱 번째 남자>(1996) 일생 동안 끔찍한 기억의 노예로 살아온 사내가 들려주는 이야기.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1995) 잊혀지지 않는 어느 여자의 괴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줄거리>



<책속으로>
제1장 렉싱턴의 유령
제2장 녹색의 짐승
제3장 침묵
제4장 얼음사나이
제5장 토니 다키타니
제6장 일곱 번째 남자
제7장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작품 해설 독자적인 작은 우주 같은 일곱 개의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후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프로 근성이 만들어낸 하루키 원숙기의 단편문학의 정수/ 임홍빈
추천의 글 일곱 빛깔의 단편집/ 허호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품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의미하게 또 결정적으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족속들입니다.--- p. 64
'요새에 도착하자 장군은 존 웨인에게 이렇게 말해. '여기까지 오는 데 인디언을 몇 명이나 보았다.' 그랬더니 존 웨인이 시침뗀 얼굴로 이렇게 대답해. '괜찮습니다. 각하가 인디언을 보았다는 것은, 즉 인디언이 거기에 없다는 뜻입니다.'라고 말이야. 정확한 대사는 잊어버렸지만, 대충 그런 말이었을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형?'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잘 모르겠지만.'--- p.156
'나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포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잠시 짬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공포는 물론 존재합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고, 때로는 우리 존재를 압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 공포에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내가 아닌 다른 무엇에게 내어주게 됩니다. 내 경우에-그것은 파도였습니다.'--- p.133-134
나는 오사와 씨에게 지금까지 싸우다 누군가를 친 일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 보았다. 오사와 씨는 눈부신 무엇이라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얼굴을 보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거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 눈초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거기에는 번뜩 빛을 발하는 어떤 섬뜻함이 깃들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순간적이었다. 그는 그 빛을 금방 안으로 숨기고 예전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딱히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정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어쩌면 불필요할 질문을- 하게 한 것이다. 그 후 나는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러나 오사와 씨는 내 이야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엔가 골똘히 빠져 있는 듯하였다.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헤매고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창 밖에 나란한 은색 제트 여객기를 바라보았다.

애당초 내가 그에게 그런 질문을 한 동기는 그가 중학교 때부터 줄곧 체육관에 다니면서 복싱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죽이기 위해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는 서른 한 살인데 지금도 여전히 한 주에 한 번은 체육관에 가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몇 번이나 대표 선수로 시합에 나갔다. 전국체전 선수로 발탁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좀 의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일을 함께 하였지만 오사와 씨가 20년 가까이나 복싱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고 주제넘게 나서거나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성실하고 참을성 있게 일했고,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 한 번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쁠 때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눈썹을 치켜 뜨지 않았다.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투덜투덜 불평을 해대는 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를 표현하자면, 호감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인간형이었다. 풍모도 온화하고 느긋하여 공격적인 성품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그런 인물과 복싱이 어떤 지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공항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사와 씨와 나는 함께 니가타로 떠날 예정이었다. 계절은 12월 초순. 공항은 뚜껑이라도 덮은 것처럼 어둠침침하게 구름져 있었다. 니가타에는 아침부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행기는 출발 예정시간보다 꽤 늦어질 듯하였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라우드 스피커에서는 각 항공편의 지연을 알리는 아나운스가 흐르고 있었고, 발이 ㅂ인 사람들은 지친 표정을 띠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난방이 지나쳐 나는 줄곧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야만 했다.

'기본적으로는 한 번도 없습니다'

오사와 씨는 한참이나 침묵한 수 불쑥 그렇게 말을 뱉었다.

'나는 복싱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사람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 복싱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요.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링 밖에서 사람을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보통 사람이라도 잘못 때리면 장소에 따라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싱을 하는 인간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그건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가 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딱 한 번 사람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라고 오사와 씨는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때 나는 본격적인 기술 같은 것은 아직 하나도 배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내가 체육관에서 연습한 것은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기본 메뉴뿐이었어요. 줄넘기나 스트레칭, 런닝, 온통 그런 것들뿐이었죠. 더구나 때리려고 마음먹고 때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나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습니다. 자제할 길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대방에게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화가 사그라들지 않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침묵' 중에서
나는 나쁜 마음은 어없어요. 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아요. 나는 그저 당신을 줄곧 사모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런 짐승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녹색짐승 에서---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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